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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지보이스] <공연리뷰> 뮤지컬 '저지 보이스'

관리자 │ 2014-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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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포시즌스'의 실화-히트곡의 탄탄한 결합 돋보여

미국 정서 강하지만 시대·국적 뛰어넘는 이야기·노래의 힘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뮤지컬 '저지보이스'에서 공동 극본을 맡은 릭 엘리스는 1960년대

를 풍미했던 미국 원조 아이돌 '포시즌스'의 이야기를 취재하고 나서 이렇게 생각했다고 한다.

"죽인다. 이건 거의 셰익스피어 수준이잖아. 아주 멋진 노래까지 더해진."

지난 17일부터 오리지널 프로덕션의 내한 공연으로 선보여지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저지 보이스'

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여기에 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아주 멋진 노래"와 그것들을 직접 만들

고 부른 이들의 "죽이는" 이야기가 탄탄하고 차지게 결합됐다.


'저지 보이스'는 기존 명곡들을 주된 소재로 삼아 극을 만드는 '주크박스 뮤지컬'이지만, 이

같은 형식을 취하는 뮤지컬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는 단점, 즉 '노래에 이야기를 억지로 꿰맞추는'

등의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다.

대신 '저지 보이스'는 '포시즌스'의 원년 멤버들과 나눈 심층 인터뷰를 토대로 그들의 실제

노래와 실제 이야기를 엮는 방식을 취했다. 미국 뉴저지 출신의 가난한 촌뜨기 아이들 네 명이

어떻게 한 로켓에 탑승해 정상의 별에 도달했는지, 그리고 어떤 아픔과 갈등을 겪고 어떻게

헤어짐을 맞는지가 30여 곡의 히트곡과 함께 펼쳐진다. 그래서 무대는 진한 다큐멘터리와

뜨거운 콘서트장을 왔다갔다한다. 주크박스 뮤지컬로는 최초로 2006년 토니 어워즈에서 최고

작품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극은 그룹 이름대로 사계절로 나뉘어 4막으로 구성된다. 네 사람이 음악으로 하나로 뭉쳤던

'봄', 기록적인 성공과 인기를 얻었던 '여름', 성공 뒤에서 갈등과 상처들이 곪아가던 '가을',

모든 순간을 정리하고 되돌아보는 '겨울' 등이다. 같은 시간을 공유했지만, 관점에 따라 모두

다른 기억을 지닌 멤버들이 한 계절씩을 맡아 해설하게 함으로써 극의 재미와 집중도를 높였다.

'이탈리아계 느낌의 외모'와 같은 까다로운 조건을 내건 오디션을 통과한 배우들은 실제 멤버

들과 상당한 '싱크로율'(일치율)을 자랑한다. 의상과 안무도 웃음이 날만큼 '옛 느낌'을 잘

살렸다. 특히 리드 보컬 프랭키 밸리 역을 맡은 배우 그랜트 앨미럴은 프랭키 특유의 독특한

가성 창법까지 그대로 소화해낸다. '캔트 테이크 마이 아이즈 오프 유'(Can't Take My Eyes

off You)'나 '쉐리'(Sherry) 등의 빅히트곡이 펼쳐질 땐 관객석 이곳저곳이 들썩거린다.

무대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아기자기한 아이디어로 가득하다. 철제 계단을 기준으로 공간은

상하로 분할되곤 하는데, 위쪽 스크린을 통해 '포 시즌스'의 실제 공연 모습을 보여준다거나,

상황을 보충 설명해주는 팝아트 느낌의 그림을 띄워 극에 생기를 더한다.


다만, 미국적 정서와 유머가 작품 전반에 걸쳐 흐르기 때문에 한국 관객들에게 '100% 꼭

맞는 옷'은 아니다. '포시즌스'의 노래를 흥얼거리며 자란 미국의 중장년층과 달리 한국 관객

대다수는 이 밴드와 공유하는 부분이 많지 않은 게 사실이다. 또 몇몇 미국식 개그는 아리송

하게 전달되며 대사가 많고 빠른 편이기 때문에 자막을 따라가기도 그리 편안한 것은 아니다.

자막이 대사와의 타이밍을 놓치는 실수도 여럿 나왔다.

그럼에도, 작품이 가진 장점들은 이 같은 단점들을 충분히 덮는다. '포시즌스'를 잘 알지

못해도 노래는 시대를 뛰어넘어 흥겹고, 이야기는 뭉클하다. 또한 그들이 40년간 겪은

만남과 이별, 음악과 돈, 사랑과 배신, 성공과 추락은 사실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1960년대를 살지 않았던 관객들이라도 공연장 밖을 나올 때쯤엔 그들을 '추억'하고

있을지 모른다.

공연은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3월23일까지 계속된다. 8만~14만원, ☎1544-1555.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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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4-01-20 07:11

출처: [연합뉴스]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01&aid=0006709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