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역할로 분한 ‘노트르담 드 파리’의 로랑 방이 개막을 앞두고 떨림과 흥분, 열정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프롤로 역을 맡은 로랑 방. 사진=마스트엔터테인먼트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프롤로 역을 맡은 로랑 방. 사진=마스트엔터테인먼트

‘노트르담 드 파리’는 프랑스 소설가 빅토르 위고의 장편소설 ‘노트르담의 꼽추’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지난 21년 11월 내한 공연을 진행했다. 국내 관객들의 많은 사랑에 힘입어 오는 25일부터 3월 13일까지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앙코르 공연을 진행한다. 이번 공연에서는 다시 한국을 찾은 로랑방이 ‘프롤로’ 역으로 무대에 올라 이목을 집중시켰다. 뉴스컬처는 로랑 방과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작품의 매력과 새로운 역할에 도전하는 소감 등을 들을 수 있었다.

로랑 방은 ‘노트르담 드 파리’ 내한 공연에서 2005년 ‘그랭구와르’와 2006년 ‘페뷔스’ 역을 거쳐 16년 만에 대주교 프롤로 역으로 무대를 오른다. 십 여 년 만에 다시 ‘노트르담 드 파리’ 무대에 오르는 것도 벅찬 감동이 밀려오는 반가운 소식이건만, 세 번째 공연 역시 다른 인물로 로랑 방의 연기를 만나볼 수 있음에 기대를 더한다.

그는 2001년 이후 ‘노트르담 드 파리’ 제작사의 타 작품인 ‘위-위’, ‘모차르트 오페라 락’, ‘돈 주앙’ 등에 정기적으로 출연하며 프로듀서인 니콜라 타라와 깊은 신뢰를 쌓았다. 니콜라 타라는 로랑 방에게 프롤로 역으로 오디션을 보고 싶은지 의사를 물어봤고, 로랑 방은 오디션을 거쳐 프롤로 역을 따냈다. 그는 이번 연기가 ‘도전’이라고 설명하며 “등장인물 중 굉장히 복합적이고 다채로운 면을 지닌 강렬한 인물을 연기하게 돼 매우 흥분된다”고 즐거움을 표했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프롤로 역을 맡은 로랑 방. 사진=마스트엔터테인먼트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프롤로 역을 맡은 로랑 방. 사진=마스트엔터테인먼트

로랑 방은 프롤로 역에 대해 “지식에 목마른 지성인이면서 욕망에 사로잡힌 나르시스트이고, 사람들을 조정하는 차가운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프롤로’는 자신을 좀먹는 악마를 내면에 품고 있는 인물이지만 스토리가 전개되는 내내 통제력과 권위를 유지해야 하죠. 덕분에 감정의 물결이 휘몰아쳐 폭발하는 순간, 자신의 결점이 발가벗겨지는 순간을 더욱 잘 표현할 수 있게 됩니다.”

그렇다면 로랑 방만의 ‘프롤로’는 과연 어떻게 그려질까. 그는 “성숙한 연기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세 역할 모두 각자의 특징이 있어요. 하지만 프롤로를 연기하기 위해서는 나이가 주는 힘과 고뇌가 가진 퇴폐적인 힘을 보여줘야 하죠. ‘그랭구와르’와 ‘페뷔스’를 연기하고 16년이 지난 지금 프롤로를 연기하는 게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전개 같아요. 물론, 제가 프롤로 역할을 소화하기에 신체적으로 아직 젊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죠. 하지만 스토리상 프롤로의 나이가 37세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해요.”

프롤로의 위엄을 표현하기 위해 로랑 방은 음역대에 깊이 집중할 예정이다. 자주 쓰지 않는 목소리를 내야 하는 불편함이 있을 법도 하건만, 그의 모든 순간은 도전과 열정으로 그려진다. “프롤로를 연기하는데 평소에 거의 부르지 않는 바리톤의 음역대를 내야 해요. 중저음이 가득 찬 느낌이 싫지 않습니다. 새로운 보컬과 탐색을 구사하는 게 참 좋아요.”

1998년 초연된 후 국내 외 프로덕션으로 수차례 한국 관객을 만난 ‘노트르담 드 파리’는 한국인에게 사랑받는 뮤지컬 중 하나로 손꼽힌다. 로랑 방은 이에 대해 “사랑, 열정, 죽음은 프랑스 문화의 특징이다. ‘노트르담 드 파리’에는 19세기 낭만주의의 극적 화려함이 극대화 돼 드러난다”며 “사랑 때문에 죽는 것보다 더 흥미로운 것도 없다. 빅토르 위고가 쓴 걸작을 작곡가 리카르도 코치안테와 작가 뤽 플라몽동이 뮤지컬로 완벽하게 재탄생시켰다. 무대 위 댄서들과 배우들이 매일 밤 분출하는 에너지가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은 비결이라고 할 수 있다”고 작품의 매력을 설명했다. 그리고 “뮤지컬 본고장이라 불리는 웨스트엔드나 브로드웨이 스타일과는 달리 ‘프랑스’ 뮤지컬이 갖는 독창적이고 이국적인 매력을 한국 관객이 누구보다 먼저 잘 파악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작품의 세 남자 주인공을 고루 맡은 로랑 방의 ‘최애’ 넘버와 장면은 무엇일까. 그는 “모든 곡이 합쳐 한 작품을 이루기에 한 곡만 고르기는 어렵다”고 말하면서도 ‘달’과 ‘춤을 춰요, 나의 에스메랄다’를 좋아한다고 함께 전했다. 또한, ‘파리의 문들’이나 ‘기적의 궁전’ 등 무대 위에서 에너지가 느껴지는 장면을 사랑한다고 이야기했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앙코르 포스터. 사진=마스트엔터테인먼트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앙코르 포스터. 사진=마스트엔터테인먼트

한국 관객이 ‘노트르담 드 파리’와 로랑 방에게 보내는 사랑만큼, 그 역시 한국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 차 있다. 그는 한국이 가진 여러 매력 중 ‘역사와 문화’를 꼽았다. “한국에 오면 중부지방부터 남부지방까지 전국을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합니다. 2021년에도 서울, 대구, 부산에서 시간을 보냈는데 낮밤 상관없이 여러 시간 거리를 거닐었습니다. 특히 절에 방문해 제 친구인 묘심화 스님을 만났던 게 기억에 남네요.”

‘노트르담 드 파리’ 앙코르 공연을 마친 로랑 방은 ‘돈 주앙’의 ‘돈 카를로스’ 역할로 세계 투어에 참여한다. 돈 카를로스는 인간적인 성품을 가진 돈 주앙의 절친한 친구이자 조언자다. 그 후에도 콘서트와 세 편의 뮤지컬이 예정돼있어 끊임없는 활동을 이어간다.

“2005년 한국 관객을 만나게 해준 작품을 통해 다시 한국 관객을 만나게 돼 기쁩니다. ‘집’에 돌아온 것 같아요. 2005년의 관객은 지금 젊은 관객의 부모 세대죠. 젊은 세대의 관객도 기존의 특성을 살리되 ‘로랑방의 터치’가 가미 된 프롤로를 아껴 주시면 좋겠습니다.”

 윤현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