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르담드파리] ‘노트르담 드 파리’ 다니엘 라부아 “무대 위 난 나쁜 남자, 무대 밖 나는…”

관리자 │ 2020-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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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르담 드 파리’ 다니엘 라부아 “무대 위 난 나쁜 남자, 무대 밖 나는…”


“난 나쁜 남자입니다. 팬들은 무대 위 나를 죽도록 미워하겠죠.”

깊은 눈동자, 처진 눈 꼬리, 풍성한 백발에 푸근한 미소를 날리는 ‘꽃중년’ 같은 이 남자. 하지만 진한 분장에 검은 사제복을 입고 미간을 팍 찌푸리는 순간, 마치 스위치를 켜듯 사랑에 미친 나쁜 남자로 돌변한다.

10일 개막한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서 권력의 상징이자,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를 탐하는 대주교 ‘프롤로’ 역의 다니엘 라부아(71)가 한국 무대에 처음 선다. 그는 이번 출연진 중 ‘노트르담 드 파리’ 초연에 참여했던 유일한 배우. 세계서 가장 유명한 원조 프롤로의 내한 소식에 일찌감치 기대감을 모았다. 그를 보러 유럽, 중국, 대만으로 ‘원정 덕질’에 나서야 했던 국내 팬들도 환호하고 있다.

현재 프랑스에 체류 중인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일정 변경으로 12월부터 공연에 합류한다. “제일 고통스러운 건 다른 배우들보다 늦게 관객과 만나는 것”이라는 그를 최근 e메일로 만났다.

다니엘은 “모든 공연장이 멈춘 지금, 한국은 유일하게 라이브 공연을 지속하는 걸 자랑스러워해야 한다. 먼저 한국을 경험한 리샤르 샤레스트(그랭구와르 역)와 안젤로 델 베키오(콰지모도 역)가 ‘절대 놓쳐선 안 되는 멋진 곳’이라고 극찬했다. 다시 무대에 설 수 있어 행복하다”고 했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소설 ‘노트르담의 파리’를 각색한 작품은 1998년 프랑스 파리 초연부터 메가 히트였다. 기네스북에 ‘역사상 가장 성공적 첫 해를 보낸 공연’으로 등재됐으며 연이어 세계 공연장을 휩쓸었다. 혼란한 사회상, 이방인의 소외를 시적 가사로 표현한 ‘송스루 뮤지컬(대사 없이 노래로만 극을 전개하는 작품)’로 OST 앨범은 1000만 장 이상 팔렸다. 프롤로가 다른 주인공들과 부른 노래 ‘Belle(아름답다)’은 프랑스 차트에서 44주간 1위를 지켰다. 당시를 떠올리던 다니엘은 “음악은 좋아도 유행하던 노래 스타일이 아니라 솔직히 금세 망할 줄 알았다. 긴 여정을 함께 해 자랑스럽다”고 했다. 이번 공연은 20주년을 기념해 의상, 안무, 무대 등에 변화를 준 새 버전이다. 그는 “원작의 감성을 유지하는 게 관건이다. 안무도 조금 바뀌었는데 한 번 찾아보면 흥미로울 것”이라며 숙제도 내줬다.

다니엘은 프롤로를 ‘나쁜 남자’로 정의했다. 종교적 권위와 힘으로 모든 걸 지배하던 그는 주체할 수 없는 욕망에 사로잡혀 정작 자신의 마음은 통제하지 못한다.

“사랑, 감정 앞에 무너지기 쉬운 인물입니다. 나쁜 남자지만 사실 인간적이죠. 우린 주어진 대로 살 수밖에 없는 존재이기에 약점을 갖고 있잖아요. 그는 우리의 ‘다크 사이드(dark side)’입니다.”

캐나다 프랑스어권 지역에서 자란 그는 뮤지컬 배우 외에도 가수, 작가, 시인, 작곡가로 활동한 종합예술인이다. 특히 가수로서의 공로를 인정받아 캐나다 퀘벡의 ‘펠릭스 상’을 수상했으며, 미국 월드뮤직어워즈(WMA)와 프랑스 음악 시상식(Victoire de la Musique)에서도 수상했다.

프롤로와 무대 밖 다니엘을 비교해달라고 하자 “저는 엄격한 금기나 규율과는 거리가 먼 자유로운 사람이다. 특권이라는 감옥에 갇힌 죄수 ‘프롤로’와는 다르다. 그저 노래하고, 책 읽고, 운동하며 행복하한 일상을 보내는 인간”이라고 했다. 그는 “팬이야말로 저를 가치 있게 만드는 존재”라며 고마움을 표했다. 하지만 그가 ‘무대를 찢는다’고 평가받는 1막 마지막 넘버에서 그는 객석을 바라보며 절규한다. “당신은 나를 파멸시킬거야!”

내년 1월 17일까지 서울 블루스퀘어. 8세 관람가

김기윤기자 pe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