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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자] "붐비는 서울과 고요한 평양은 정반대… 북한에선 친구 사귀는 것도 금지였죠"

관리자 │ 2018-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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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 곡예사 닌진 알탄호야크


“한국 친구들이 언제 오느냐고 성화예요. 서울 갈 날만 기다리고 있답니다.”


11월 첫 내한공연을 앞둔 ‘태양의서커스: 쿠자’의 몽골 곡예사 ?닌진 알탄호야크?(23)씨가 전화 속에서 큰 소리

로 웃었다. 닌진은 이 공연의 곡예사 115명 가운데 수석 컨토셔니스트(Contortionist)다. ‘컨토션’은 신체를 크게

굽히거나 젖히고 뒤틀어 유연성을 보여주는 곡예. 무대 위 컨토셔니스트들은 흡사 황금빛 비단뱀 같다. “한국 힙합

을 정말 좋아해요. 요즘엔 딘과 크러쉬에게 꽂혔고요. 서울 가면 TV 프로그램 공개 방송에 가서 한국 뮤지션과

아이돌 그룹을 한꺼번에 볼 거예요!”


‘태양의서커스: 쿠자’는 2007년 4월 초연 이후 19국 61개 도시에서 800만 관객을 모은 공연. 태양의서커스 레퍼토리

가운데서도 특히 강하고 화려한 무대다. 닌진은 몽골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평양과 서울에서 모두 살아본 경험이

있다.




‘태양의서커스: 쿠자’의 몽골 출신 수석 컨토셔니스트 닌진 알탄호야크씨는 공연을 위해 분장을 마치면 황금빛

비단뱀처럼 보인다. /더 뮤지컬


“9세 때 평양에 가서 러시아 대사관에 딸린 학교에 다니며 4년 넘게 살았어요. 처음 갔던 해에 평양 국제 예술경연

‘4월의 봄 친선 예술축전’에 나가서 서커스 부문 은상도 받았고요.” 하지만 평양 친구는 없었다. 닌진은 “북한에서

친구를 사귀는 건 금지돼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평양을 생각하면, 길에 차도 사람도 없고 아주 깨끗했던 것만

기억나요.” 16세 때 다시 아버지를 따라 서울의 한 고등학교를 1년 다녔다. “서울은 평양과 정반대죠. 늘 차와 사람

들이 붐비고 어딜 가나 시끌벅적하고.” 그때 사귄 한국 친구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인연이 이어지고 있다.


닌진은 “러시아선 아이들에게 리듬체조를 가르치고 한국선 태권도를 가르치듯, 몽골선 서커스를 가르친다”고 했다.

그도 5세 때부터 엄마 손에 이끌려 곡예를 배웠다. 그는 한국 문화 마니아이기도 하다.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을

제일 좋아하고, 유튜브에 한국 화장품 메이크업 영상을 올린다. 몽골 한국 식당에서 삼겹살과 김치찌개를 먹는다고,

영어를 섞은 한국말로 말했다.



'태양의서커스: 쿠자’의 몽골 출신 수석 컨토셔니스트 닌진 알탄호야크./더 뮤지컬



19세에 오디션을 거쳐 태양의서커스에 입단했다. 닌진은 “태양의서커스는 내 꿈이었고, 지금 꿈속을 살고 있는 것”

이라고 했다. “1년 중 11개월은 태양의서커스 투어를 다니고, 공연 사이 2주 정도씩 여행을 하며 지내죠. 제가 출연

하는 ‘쿠자’는 이야기가 가장 아름답고 곡예는 정말 놀랍도록 멋져요. 최고의 서커스를 보여 드리겠습니다!”




이태훈 기자  입력 2018.09.28 03:01

출처: [조선일보]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9/28/2018092800008.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