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르담드파리] [리뷰]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는 ‘노트르담 드 파리’

관리자 │ 2016-07-15

2016.jpg

HIT

86709

프랑스 뮤지컬을 본다는 것은 ‘평양냉면’에 도전한다는 것과 비슷하다. 장르는 뮤지컬이지만

브로드웨이 뮤지컬과는 보는 ‘맛’도 ‘느낌’도 다르다. 브로드웨이와는 다르게 기본적으로 노래

를 부르는 배우와 춤을 추는 배우가 따로 있고 대사가 없는 성 스루(sung-through·대사 없이

모두 노래로만 구성) 공연이기 때문이다. 풍기는 느낌조차 다르다. 아마도 프랑스 뮤지컬을 처음

접하는 이들은 낯선 기분이 들지도 모른다.

그 낯선 기분을 ‘노트르담 드 파리’로 시작한다면 나쁘지 않은 도전이다. 2005년 초연을 시작으로

어느새 국내에서 10주년을 맞이했고 700회 이상 공연됐다. 먹으면 먹을수록 매력에 빠진다는

평양냉면처럼 관객들은 때가 되면 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를 또 찾는다. 뮤지컬 계에선

큰 의미였고 대중성을 증명하게 된 셈이었다.

작가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노트르담 드 파리’는 15세기 ‘백년 전쟁’,

‘페스트’ 등으로 봉건귀족과 교회가 타락하는 프랑스를 배경으로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와 그녀

를 사랑하는 종기치 꼽추 콰지모도, 근위대장 페뷔스, 대주교 프롤로, 그리고 이야기의 내레이터

이자 방랑하는 시인 그랭구와르의 이야기를 그렸다.

이번 공연에는 가수 케이윌이 캐스팅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 아크로바틱 군무는 여전히 황홀…‘성당의 종들’은 압권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은 배우들의 아크로바틱과 현대무용이다. 주연들의 가창

력이 공연의 절반을 차지한다면, 춤을 추는 배우들의 고난도 안무는 그 남은 절반이다. 그 만큼

공연의 큰 축을 차지하고 있다. ‘이방인’이라 불리는 집시들의 축제 장면이나 무대 벽을 타는 장면

에서 현란한 아크로바틱, 무용, 비보잉 댄스를 선보인다. 그 동안 군무 정도로만 생각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고난도 안무는 관객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특히 ‘페뷔스’가 에스메랄다와

플뢰르 드 리스를 두고 갈등하는 ‘괴로워’ 장면에서 네 명의 남성 앙상블이 보여주는 페뷔스의 내면

의 갈등은 입이 쩍 벌어지게 한다. 또한 ‘성당의 종들’에서 무대 천장에서 종을 흔드는 배우들은

압권이다.  

이 공연의 매력 중 하나는 무대의 여백의 미다. 소품은 최소화 했다. 대신 무대에는 투박한 벽과

움직이는 노트르담 대성당의 가고일(Gargoyle) 석상이 극의 그로테스크함을 더하고 조명의 색

(色)이 분위기를 전달한다. 노트르담 대성당이 주 배경인 만큼 대성당의 특징인 스테인드글라스

인 ‘장미의 창’의 모양을 조명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여백을 통해 배우들의 움직임은 더 자세히

보인다. 에스메랄다를 향한 콰지모도의 이동을 보는 것은 관람 포인트 중 하나다. 또한 페뷔스를

향한 사랑을 노래하는 에스메랄다와 플레르 드 니스의 ‘태양처럼 눈부신’ 장면에서 그림자를 이용

해 한 남자를 사랑하는 여성의 애틋한 마음을 전달한다.  


영미권 뮤지컬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뮤지컬 넘버 역시 눈여겨 볼 점이다. 당시 프랑스가 접하고

있던 교회와 이교도의 갈등, 성행했던 마녀재판과 삶과 죽음, 인간의 욕망 등이 집약적으로 넘버

에 담겨있다. 무대 위에서 콰지모도, 페뷔스, 프롤로가 에스메랄다를 둘러싸며 부르는 ‘아름답다

(Belle)’, 그랭구와르의 ‘대성당들의 시대’, 죽음을 당한 에스메랄다를 안고 자신도 죽겠다며 부른

콰지모도의 ‘춤을 춰요, 에스메랄다’, 클로팽의 ‘거리의 방랑자’ 등 수많은 넘버들은 15세기의

프랑스의 모습을 엿볼 수 있게 한다.  



● 성공적인 뮤지컬 데뷔 케이윌, 캐릭터 분석 완벽한 홍광호

‘노트르담 드 파리’로 뮤지컬에 도전한 가수 케이윌은 우려를 불식시킬 만큼 안정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이 작품의 프로듀서가 케이윌이 진행하는 라디오에 출연했을 때 “‘콰지모도’ 역에 적격”

이라고 말한 이유가 납득이 될 만큼. 첫 뮤지컬 도전에 대극장에서 약 2시간 30분을 이끄는 그는

어려운 성 스루를 제법 훌륭히 소화해냈다. 가수들 사이에서도 뛰어난 가창력을 자랑하는 케이윌

은 고난도 넘버로 구성된 콰지모도 역을 무난히 해내고 있다. 감정연기는 다소 아쉽지만 첫 출발

로서는 부족함이 없었다.  

2013년에 이미 ‘콰지모도’를 한 경험이 있는 뮤지컬 배우 홍광호는 한층 섬세하게 무대를 이끌고

있다. 무대 위에 서 있는 홍광호의 연기는 스스로 본인의 캐릭터를 완벽하게 분석했다는 것이

눈에 보일 만큼 자신의 ‘콰지모도’를 만들어냈다. 실제로 관객들 사이에서 ‘꿀성대’라 불리는 그는

이번 공연에서 기존 콰지모도 캐릭터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자신만의 콰지모도 캐릭터를 구축했

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에스메랄다 역의 윤공주와 전나영은 각기 다른 매력으로 무대를 꾸민다. 홍광호와 함께 2년 전에

이 무대에 섰던 윤공주는 콰지모도, 페뷔스, 프롤로를 단 번에 사랑에 빠지게 하는 매혹적인 에스메

랄다로 변신했다. 반면 전나영은 프랑스 길거리를 자유롭게 뛰어다닐 것 같은 소녀 같은 모습으로

무대에 오른다. 다른 매력으로 에스메랄다를 표현하는 두 사람이지만 영원히 ‘이방자’ 취급을 받는

집시로서 겪는 시대적인 서러운 감정을 폭발하며 사랑 이야기 속에서도 종교와 정치 그리고 인종에

관한 문제를 관통시킨다.

‘노트르담 드 파리’ 서울 공연은 8월 21일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공연되며 뒤이어 진주,

천안, 여수, 대구, 수원, 창원 등 지방공연을 한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 




입력 2016-07-15 17:30   수정 2016-07-15 18:06

출처: [동아일보] http://news.donga.com/3/all/20160715/79219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