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타이어컵] [사람과풍경] “박지성 선수 보려고 성적 쑥쑥 올렸죠”

관리자 │ 2009-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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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성우보육원과 ‘20년 후원’ 박용식씨


성적오르면 맨유경기 관람 약속…20명 서울행
“2010년 남아공에는 1명이라도 데려가고 싶어”


“와! 이거 있으면 박지성 선수 볼 수 있어요?”


지난 22일 대전 대덕구 읍내동 성우보육원 아이들은 후원자인 박용식(46·대전 황포갈비

사장)씨가 영국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유나이티드(맨유)와 FC서울의 경기 입장권을 펼쳐

보이자 폴짝폴짝 뛰어올랐다. 드디어 2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금호타이어컵

맨유 코리아투어2009’ 경기를 보게 된 것이다. 이들의 기쁨이 큰 것은 애초 10명만 갈 예정

이었다가 20명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눈빛은 초롱초롱 빛났다. 헌석(중2), 정태(고1), 준태(초6)는 선수 이름을 줄줄이

외며 자신이 얼마나 축구를 잘하는지 손짓, 발짓을 섞어 설명했다. 이들은 지난 4월께 열린

전국시설연합회 축구대회에서 대전아동시설연합회팀 소속 선수로서 팀이 3위 입상을 하는

데 큰 활약을 했다.


아이들의 서울나들이는 한달여 전 박씨가 아이들에게 기말고사 성적이 오르면 ‘맨유’ 경기

를 보여주겠다고 약속하면서 예고됐다. “10명 정도 성적이 오를 것으로 생각해 입장권 10장

을 샀죠. 그런데 20명이나 성적이 쑥 올랐더군요.”


주머니가 넉넉지 않아 입장권을 더 구입못한 박씨는 10명만 가자고 제안했고, 못가게된 아이

들은 밥도 안먹었다. 고민하던 그는 주변인들에게 후원을 요청했다. 코레일에서 입장권 10장

은 물론 왕복 열차편까지 제공하겠다고 나섰다. 20년째 이 보육원을 후원해 키다리 아저씨로

불리는 박씨는 가수 김흥국씨가 운영하는 ‘아리랑 응원단’의 단장이다. 축구 국가대표팀 경기

때마다 얼굴을 태극 문양으로 칠하고 응원을 이끄는 이가 그다. 그는 아이들을 위해 김흥국씨

와 마라토너 이봉주 선수 등을 초청해 사인회를 여는 가하면 13년째 소년소녀 가장들을 돌보

는 선행이 뒤늦게 알려져 지난 어린이날 보건복지가족부장관상을 받았다.


“어릴 때 아버지에 이어 큰 형까지 잃어 참 고생했어요. 아이들에게 지금은 어렵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미래를 개척하는 힘을 주고 싶어요.”


그는 아이들에게 한 약속이 하나 더 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경기 때 함께 현지로 가 국가

대표팀을 응원하는 것이다. 그는 “단 1명이라도 데리고 가고 싶다. 성적이든 선행이든 목표를

이루는 아이에게 주는 선물인 셈”이라며 “도와주실 분이 계셨으면 좋겠다”고 소원을 말했다.


글·사진 송인걸 기자 igsong@hani.co.kr




등록: 2009-07-23 22:05

출처: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society/area/367556.html